여성 용품을 사러 숙소 근처 마트에 들렀다가, 결국 와인 두 병을 사 들고 돌아왔다. 원래는 한 병만 살까 했는데, 왠지 모르게 두 병이 필요할 것 같아 집어 들었는데… 두 병을 정말 다 비우게 될 줄이야 🤣 와인 잔을 채우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다 보니 새벽까지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쓰러져 잠들었다. 알람은 맞춰 두었지만 굳이 부지런 떨 필요도 없어서, J를 깨우지 않고 다시 눈을 감았다.
시애틀의 하루는 늘 구름에 덮여 있어 오전과 오후의 경계가 흐릿하다. 눈을 뜨고 보니 아직 오전인 줄 알았는데 벌써 오후 네 시였다. 해장 스프를 끓여 먹고서야 정신이 조금 돌아와 밖으로 나섰다. 뒤늦게 생각해 보니, 시애틀 아트 뮤지엄과 중앙도서관은 꼭 가야겠더라. 닫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우산도 챙기지 않고 빗속을 달렸다.
뮤지엄 로비 한쪽에서는 학생들이 크로키를 하고 있었고, 중앙에는 재즈 공연이 한창이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음악을 듣고 싶었다. 전시된 미국 원주민들의 문화 유산은 결코 가볍지 않은 유쾌함을 품고 있었고, 억지스러움이 묻어나는 현대 미술보다 훨씬 더 진솔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다음날 아침은 포틀랜드로 이동해야 했기에 늦잠을 잘 수 없었다. 😝 내가 좋아하는 축축하고 서늘한 날씨를 만끽하며, 어제 미리 찾아둔 카페를 향해 산책을 나섰다. 평소에는 스타벅스를 자주 찾지 않지만, 시애틀에 온 김에 머무는 동안 몇 번 들렀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스벅 커피 맛은 크게 다르지 않았고, 스벅 본고장이라고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다. 미국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체리 커피는 독특했는데, 터키 커피처럼 묵직한 질감이 느껴져 의외로 괜찮았다.
하루 종일 잠만 잔 것 같은 시애틀의 시간이 아쉬워, 더 머물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 여행을 위해 우리는 기차를 타야했다. 회색빛 하늘과 이 도시의 습기를 마음속에 담으며, 포틀랜드로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