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talk

외노자 친구 찬스를 쓰러 호치민에 갔다. 계획이라고는 왕복 항공권뿐, 나머지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은 여행이었다. 해외에 나가면서 이렇게 무대책으로 움직인 건 처음이지만, 여행지에 지인이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

첫째 날,
게이트에서 이름이 불려 허겁지겁 뛰어 들어가 간신히 탑승 완료. 호치민 공항에 도착하니, 실내인데도 후끈한 더위가 그대로 느껴졌다. 첫 식사는 분짜 스타일이었는데, 한국보다 훨씬 다양한 허브가 곁들여져 나왔다. 신선하고 맛있었지만 어성초만큼은 도저히 입에 맞지 않았다. (화장품 성분으로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걸 보면, 피부에도 양보가 안 되는 어성초.)
친구는 대표적인 관광지인 랜드마크를 보여줘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라, 어김없이 그곳으로 안내했다. 우리 부부는 불만없이 시키는대로 했다. 🤣추천으로 에그커피도 맛봤는데, 커피 맛보다 설탕 폭탄 같은 당도가 위장을 강타했다.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지만, 저녁에는 10가지가 넘는 음식을 싹싹 해치우고 숙소로 돌아왔다. 잘 먹는 사람이 둘이나 있으니 든든했다.

둘째 날
호화로운 친구의 사택에서 편히 쉬고 일어나니, 마치 하이페리온 같은 대단지였다. 멀티플렉스며 스포츠 시설까지 갖춘 주거 단지. 아침 일거리를 처리한 뒤, 숙소 근처에서 비빔쌀국수를 먹었다. 쌀면과 채소라 그런지 금방 배가 꺼져 잠시 돌아다니다가 또 반미를 먹었다. 다만 전날 화장실을 들락거린 탓에 길거리 반미는 감히 도전하지 못했다.
이후 시내를 산책하고 나서 셋이서 마사지를 받았다. 저녁은 오빠가 좋아하는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양고기와 소고기를 주문하고, 메뉴판에 있던 클라우디 베이 피노누아가 눈에 띄어 호기심에 한 병 비웠다. 셋 모두 취기가 살짝 올라 그대로 들어가기 아쉬워, 사이공 강가의 스카이덱에 올랐다. 그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출발 전 지농 오빠가 굴비와 함께 있고 싶다고 해서 고양이를 탁묘시켰다. 혹시나 적응 못할까 걱정했는데, 웬걸. 원래 집 주인인 삼순이를 쫓아내고 안방 침대며 삼순이의 최애 장소까지 점령해 버렸다. 삼순이도 굴비를 좋아해 졸졸 따라다닌다는데, 정작 굴비는 쌘 척하며 시큰둥하게 무시한다나. 공연한 걱정이었다.

셋째 날과 넷째 날
아침 일찍 쿠킹 클래스에 참여하기 위해 벤탄 시장으로 향했다. 수업이 열린 가정집에서 선생님과 이름을 주고받는데, 오빠 성이 조씨라서 “조”라고 소개했더니, 베트남어로 조는 ‘시장’이라는 뜻이라며 웃음이 터졌다. 😂
우리는 베트남식 튀김만두인 짜조와 볶음 쌀국수 퍼싸오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난 뒤에도 또 마사지를 받았는데, 이틀 연속이라 그런지 시원하다기보단 몸이 욱신거렸다. 그래도 호치민의 나날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