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가 트레블을 하면 오아시스가 재결합할 거라는 갤러거 형제의 다짐(?)이 결국 현실이 됐다.

코엑스 광고가 뜬 지 며칠 후, 공연 티켓팅에 성공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여름에 수술을 하고 호르몬 치료까지 이어지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라 걱정이 한가득이었지만, 그렇다고 공연을 못 갈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VIP존을 선택한 건 vip굿즈 + 빨리 입장해 뒷 펜스를 선점할 욕심 때문이었는데, 입장 시간이 너무 빨랐다. 결국 공연 직전에 들어갔고, 나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이미 펜스를 점령한 뒤였다. 그래서 우리는 적당히 널널한 자리에서 공연을 보기로 했다.
갤러거 형제가 함께 등장하는 모습은 이미 미디어로 접했지만, 실제로 보니 어딘가 조금 어색했다. 예전처럼 툴툴거리는 형, 삐딱한 동생의 모습은 없었다. 나이가 들어도 철들지 않을 것 같던 나의 스타는 어느새 눈가에 부드러운 주름을 간직한 채 무대 위에 서 있었다. 괜히 서운했다.
가진 건 없어도 노력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20대 중반이 떠오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했던 친구와 함께 봤던 2009년 첫 내한. 오아시스 카페 사람들과 디자인한 티셔츠를 입고 갔던 그 공연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오아시스를 매개로 대화가 트여 만나게 된, 그때의 남친이자 지금의 남편과 함께 봤던 2009년 두 번째 내한. 몇 번을 얘기해도 지겹지 않은 그때의 인연과 그 시절의 에피소드들은 아직도 선명해서 얼마 전 일처럼 느껴지는데, 이렇게 모난 데 없이 부드러워진 갤러거 형제를 보니 나의 인생도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더 서운한지도 모르겠다.
리암이 철든 덕분인지 목 관리가 잘 되어 라이브는 훌륭했다.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고 사운드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도, 그런 걸 따지러 온 건 아니니까.
☑️ Hello가 이렇게나 ‘Hello’였나 싶은 감탄 ☑️ 지간신경종 완화 실리콘이 찢어질 정도로 몇 곡에서 신나게 점프 ☑️ 시선강탈 우리 감독님—등신대라도 내한해줘서 고마워 ☑️ 공연 막바지에 발견한 갤러거 형제의 자녀들 ☑️ 몇 곡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쳐서 주저앉음 ☑️ 혼자 와서 방방 뛰는 임산부도 저렇게 즐기는데, 나는 뭐람?
힘들긴 했지만, 오랜만의 외출이 오아시스 공연이라는 사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갤러거 형제와, 내가 응원하는 맨시티가 올해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 그리고 오늘 공연 온 사람들은 모두 맨시티를 응원하길! 시티의 트레블이 아니었으면 재결합도 없었을 테니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