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talk

주말, 도쿄에 다녀왔다. 그저께 퇴근 후, 저녁을 먹으며 갑자기 결정했다.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뒤로는 여행이든 뭐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부작용 때문에 잠시 약을 중단하는 이 시기만이라도 행복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녀왔다.

남편은 매해 그렇듯 바쁜 5월을 예상하며, “6월이 되면 네가 좋아하는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꼭 가자.”고 말했었다. 지난달,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지만, 얼마 후 내 몸 상태가 나빠져 결국 취소했었다. ‘훗날 수술도 받고, 회복도 된 후에야 비행기를 타겠지’ 했는데 미루지 않고 다녀오길 정말 잘한 것 같다. 반나절 전에 예약을 마구잡이로 해보는 것도 생각보다 재밌었다. 나는 의외로 이런 걸 즐기는 J이고, 남편은 의외로 (비합리적인 부분 때문인지) 즐기지 못하는 P인데, 오랜 시간 함께 살다 보니 이제는 중간 어딘가에서 타협을 보게 되는 것 같다.

남편는 놀이공원 분위기를 좋아한다. 해리포터 스튜디오도 그런 분위기인줄 알았을까? 내게 “같이 가자”고 몇 번 말 했었지만, 나는 “해리포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랑은 가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ㅋㅋ 그 후 오빠는 해리포터 영화를 성실히 보고, 유튜브로 스튜디오 정보를 공부하며 나에게 은근슬쩍 어필했다. 그러더니 중급 수준의 질문에도 척척 대답해줘서 이번 여행은 나도 마음 편히,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다. 😜

막상 다녀와 보니, 국내든 해외든 도시 여행은 1박 2일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함께 내렸다. 둘 다 체력이 워낙 저질이라 🤣 돌아오는 길엔 서로 “이제 도쿄는 그만 와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번엔 정말… 진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