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리버풀에 또 다녀왔다. 옥스포드역은 숙소에서 10분 거리로, 꽤 가까웠다. 역 입구에서 티켓팅 검사를 할 때 별일이 없어 무난하게 탑승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웬걸. 게이트를 확인하는 스케줄 보드에 내 기차 정보가 없는 거다. 앱을 확인했다. 시뻘겋게 뜬 “Strke”. tlqkf…. 너네 고작 10분 남겨놓고 이럴 거야? 1분 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길래 앱으로 예매하고 바로 기차를 탔다.

기차 안은 한산했다. 프렛에서 산 샌드위치와 주스를 먹었다. 바깥 구경하면서 이런저런 잡생각을 했다. 3주간의 여행은 처음이라, 여행 오기 전에 괜한 불안감과 걱정이 많았다. 이주 전만 해도 보리가 마취에서 한동안 깨어나지 못했고,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일에 대한 걱정, 건강에 대한 우려로 마음이 복잡했다. 일어나지도 않은 쓸데없는 생각은 나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기에,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창밖을 보며 멍때리다보니 라임스트릿 역에 도착했다.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던가, 꼭 가야 할 곳은 없었다. 발길 닿는 대로 그냥 걸었고, 다리가 저릴 때까지 또 걸었다. 남편과 같이 왔을 땐 날씨도 좋고, 여행객이 많아서 뭔가 들뜬 기분이었는데, 혼자라서인지 오늘은 하루 내내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식당은 어딜가나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었고, 가져간 보조배터리는 끝내 수명을 다했다(왜 하필 오늘이야). 리버풀 영어 발음은 정말 못 알아 듣겠고.. 안필드나 다시 가서 저주나 퍼붓고 와야겠다 싶었다.

브리티시 뮤직 익스피리언스는 얼터너티브와 재즈가 메인이었던 시애틀의 뮤직 익스피리언스와 결이 같지만, 규모는 천조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수많은 브리티시 뮤직 컬처를 실컷 보고 왔다. 근처에 갈 곳이 많았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걷기가 불편한 하루… 영국은 비가 오는게 문제가 아니라 송곳같은 바람이 문제인 것 같다.

오늘 가고 싶었던 식당들은 예약이 되지 않았고, 어디든 사람이 많아서 결국 외식엔 실패했다.. 오전에 먹은 프랫 랩과 카페에서 먹은 조각 케이크가 전부라 배고팠다. 기차 시간이 여유있게 남아서 라임스트릿역 앞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었다. 겁나 맛 없었다.

돌아오는 기차는 만원이었다. 영국인들은 줄서기가 의미가 없다.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뿌리쳤고, 빠르게 착석해서 맨체스터에 돌아갈 수 있었다. 상당수가 입석을 했다. 춥기도 했고, 의외로 오래 걸어서 피곤했는지 기차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숙소에 들어와서 가지 카레덮밥을 해 먹고, 하루를 빨리 마감하려고 했는데 어라.. 리버풀 어딘가에서 내 최애 머플러를 잃어버렸다는 걸 위의 사진을 보다가 깨달았다. 아흑.. 집에 머플러 많은데 또 사야돼? ㅜㅜ 머플러 없이는 이 여행을 버틸 수 없다. 감기는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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