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축구 보기 전까지 많은 걸 했다. 오늘도 초딩처럼 시계열 기록. 오전에 샐러드 한 바가지와 치킨 요리를 해 먹고, 도시 여행에 나섰다. 맨체스터에 온 이후로 맑은 날이 많아서 내심 서운했는데, 호텔에 나서자마자 비가 많이 내려서 기분이 좋았다. 비는 맞고 다녀야 멋있으니까 호텔에서 제공해준 우산은 스킵. 그렇게 비 맞으며 찾아간 첫 번째 장소는 House of books&friends. 책 구경하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는데, 기대보다 멋진 장소였다. 최인하 책방 같은 컨셉의 서점 겸 카페였는데, 3개의 파트로 나눠진 공간은 각각의 용도와 분위기가 달라서 흥미로웠다. 프라이빗 공간처럼 보이는 세 번째 공간은 연간 회원권이 필요하고, 예약제로 운영된다고. 이런거 사무실이나 집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 건강 때문에 카페인을 끊게 됐는데, 여행 오면 카푸치노가 괜히 마시고 싶어져서 역시 주문했다. 👍🏻 커피 맛집이었다.






레코드숍 가는 길에 파타고니아가 있길래 들렀다. 일주일 동안 검정색만 입으니까 질려서 파란색 점퍼 하나 샀다. 이걸 입고 다니면 더 비를 더 멋있게 맞고 다닐 수 있을 것만 같.. FOPP은 규모가 큰 레코드샵이었다. 앨범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콘서트, 책, 패션, 오디오 기기 등 다양한 걸 판매하고 있어서 정신없이 구경했다. 맨체스터 출신이 만들어 낸 음악이 잔뜩 있다니.. 여기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충동구매를 하지 않으려는 내 의지와 반비례한 에코백의 무게.


오늘 저녁은 미트파이를 먹었다. 가는 길에 신발 바닥이 떨어져서 미트파이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본드부터 빌렸다. 언니야들 감사합니다 ㅜㅜ 미트파이와 “맨체스터 맥주”는 겁나겁나 맛있었다. 양도 엄청 많았는데, 오빠는 아마도 두 개 먹었을 거다. 다른 메뉴도 먹어보고 싶다.




밥먹고 다시 숙소. 경기까지 시간도 얼마 없기도 했고, 다리도 아파서 오늘은 에티하드까지 트램을 타고 갔다. 이게 만수르 구단주님께서 놓아주신 모노레일이구나.. 평일이지만 바글바글한 경기장. 경기 전에 선수들 보려고 꼬맹이들이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거 너무 귀여웠다. 오늘은 부모들이 애들 옷을 두껍게 입혀 보냈네. 지난 주말 경기엔 아기들이 다 반팔 반바지어서 보는 내가 다 추웠는데..





이번 시즌에 빌라 홈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져버려서 잔뜩 쫄아 있었는데, 홈에선 4:1 승. 후반기 맨시티는 지지아나~ 오늘 포든이 해트트릭 했는데, 골 넣을 때마다 초딩들이 포든 따라 빵야 하는 거 귀여웠다. 오늘 그릴도 잘하고, 로드리는 만날 잘하고. 챔스 앞두고 주요 선수들이 쉬기도 해서 경기가 매우 만족스러웠다.



숙소 오는 길에 게이 빌리지 거쳐서 왔는데, 샘 스미스처럼 화려하게 입고 화장하신 분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끈나시탑+미니스커트+하이힐 신고 다니거나 화려한 리본 달린 핀을 하고 다니는 건 볼 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했는데 털복숭이 얼굴에 빨간 립스틱&볼터치는 여전히 적응하기가 힘들다…

경기가 끝나고 나니 10시가 훌쩍 넘었다. 남편에게 도착했다고 메세지를 보내는데, 거울 속에 넌 누구니? 팔자 주름이 이렇게 하루만에 생길 수 있는건가? 깜짝 놀랐네 ㅋㅋㅋㅋㅋ 온종일 비 맞고 다니고, 도시에 습도가 높아 피부는 촉촉했다. 내일은 좀 많이 쉬어야지. 너무 피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