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 처음으로 푹 잤다. 일어나자마자 맨시티 트레블 다큐인 “투게더”가 릴리즈되었는지 확인했다. 한국보다 반나절 빨리 보는 거라규. 오전에 빨래하면서, 요리하면서 에피소드 반을 봤다. 팬들에게 트레블의 추억을 이렇게 남겨주다니 감동이다. 적적한 맨체스터 여행에서 술안주로 삼고 무한 돌려 봐야지. 꺄.

오후를 빡세게 보내기 위해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나왔다. 오늘 산책의 컨셉은 “매드체스터데이”다. 오아시스, 스톤로지스, 1975, 더스미스, 뉴오더, 조이디비전, 비지스, 버브, 케미컬브라더스, 도브스, 스타세일러, 테잌댓 등… 당장 생각나는 뮤지션만해도 이 정도. 모두 맨체스터 출신 뮤지션이다. 학창시절에 브리티시 록, 특히 매드체스터 음악에 빠졌고, 당시에 축구도 보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응원하는 축구팀도 결정됐다.

오늘 방문한 레코드 샵은, Clampdown Records, Withy Groove Records, Piccadilly Records, Vinyl Resting Place, Vinyl Exchange, Vinyl Revival, MARS TAPES. 두 개 정도의 샵은 다른 날에 가려고 남겨뒀다. 오늘 방문한 레코드 샵은 하나같이 주인과 똑 닮았다. 해외 여행할 때 레코드샵에 가는 이유는 샵마다 개성이 다르고, 취향에 대한 감각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라서 맨체스터 출신 뮤지션들의 바이닐이 한 무더기 있었다. 음악 시장이 큰 일본이나 미국에서조차 매드체스터 음악은 레어아이템이라 구하기가 어려운데, 맨체스터엔 중고고, 새앨범이고 그냥 많았다. 눈이 돌아가고, 지갑은 막 열리는데, 짐 무게 때문에 이 감정을 잘 컨트롤해야했다. 뉴오더, 해피먼데이, 스톤로지스, 오아시스 앨범만 일단 샀다.

꼭 가고 싶었던 맨체스터 하드락 카페. 웬만한 전시보다 좋았다. 뮤지션들의 소장품, 싸인, 작품들이 벽에 전시되어 있었다. 음악도 너무 좋고, 직원들도 정말 친절하고, 포토부스도 있고, 분위기도 너무 좋고… 흑… 퍼펙트. 매장 한가운데에는 “And all the roads we have to walk are winding. And all the lights that lead us there are blinding”이 써 있었다. 읽다보니, 뭐야 원더월 가사잖아. 힝 ㅜㅜ 너무 좋다 맨체스터.. 곳곳에 덕질할게 너무 많다구. 이런 사랑스러운 도시를 봤나..

양도 겁나 많은 요상한 칵테일 먹고 좀 헤롱대면서 CFS에 갔다. 당연히 가야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덕후들의 향기. 맨시티, 맨유 물건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행복사… 맨시티 빈티지 유니폼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베실바랑 군도 셔츠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ㅜㅜ 아구에로 살까 했는데 가격이 너무 송구스러웠다. 아마도 난 집에 오는 비행기에서 아구에로 빈티지를 안 산 걸 후회할 것이야.

맨체스터에서 노는 건 하루도 길다니~ 안데일같은 허접한 쇼핑몰이 전부다~ 라는 여행 리뷰를 볼 때마다 누군가에겐 맨체스터는 찍먹하기도 아까운 도시일 것이다. 축구와 음악 빼면 놀게 정말 없거든. 나 같은 사람에게 맨체스터는 부먹이 옳다. 오늘 남은 시간은 투게더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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