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발해 서산 굴센터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제철이라기엔 조금 이른 듯했지만 굴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아침이니 간단히? 한 다라이만 주문했다. 서비스로 나온 굴전은 에피타이저, 후식은 라면으로.. 이렇게 굴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나라는 아마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서산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흐렸는데,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아주 맑진 않아도 가을의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흩날리는 낙엽을 보며 잠시 차를 세우고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배가 슬슬 꺼질 즈음 점심 장소에 도착했다. 내가 늘 음식 취향을 정할 때 중심이 되는 건 ‘한식대첩’ 시리즈인데, 특히 전라도 요리사들이 만드는 짚불구이가 늘 궁금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나는 못 먹지만, 게장 비빔밥으로 점심을 시켰다. 기대만큼 강렬하진 않았지만, 짚불구이는 특유의 향이 고기에 배어 독특했다.





숙소는 무안 해변가에 잡았다. 도착했을 때는 갯벌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흐린 날씨에도 해질녘 서해안은 잔잔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강렬하게 사그라드는 빛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먹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저녁은 산책 후 식당에서 해결했다. 아침엔 맥주, 점심엔 막걸리를 곁들였다면, 저녁엔 소주였다. 낙지탕탕이, 호롱구이, 연포탕, 초무침, 비빔밥 등 무안 낙지 코스 요리는 소주와 잘 어울렸다. 전라도 특유의 정성 가득한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있어 남김없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더 이상 삼킬 수 없을 때까지 무식하게 먹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