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talk

어제 페리에서 헤원이를 만났는데, 숙소가 적적할까 싶다며 열매가 달린 풀다발을 들고 와 주었다. 여행가면 기분내려고 꽃을 종종 사두기도 하는데, 덕분에 방이 포근해졌다. 옥탑방은 헤원의 말과 달리 작지 않았다. 어제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는데, 아침에 보니 깔끔하고 안락했다. 입구라고 해야 할까, 방문이 통유리라 커튼만 젖히면 시원하게 트인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옥상으로 나가니 멀리 바다까지 내려다보였다. 어쩌면 내가 휴양지를 좋아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헤원 가족, 그리고 필립의 고향 친구와 함께 아점을 먹은 뒤 가볍게 산책을 했다. 오후에는 필립의 친구, 크리스의 배로 주변 섬들을 둘러보았다. 집을 수리 중인 또 다른 친구의 집에 들러 바비큐를 즐겼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었지만 낯설거나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 하루 종일, 라마섬의 풍경처럼 편안하고 온화한 시간 속에 있었다.

또 그날이 찾아왔다. 에휴… 전날부터 배가 좀 불편하더니, 새벽에 약을 먹고는 그대로 깊이 쓰러져 잠들었다. 한국에서 챙겨온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며 하루 종일 방 안에 머물렀다. 오후가 되어서야 조금씩 기운이 돌아왔다. 헤원 가족과 친구들이 옥탑방에 찾아왔다. 특별한 장비가 없어도 바비큐 파티를 여는 데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저녁 무렵 하늘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는데, 그 풍경이 유난히 로맨틱했다.

다음 날 아침, 헤원과 함께 페리를 탔다. 헤원은 회사로 향했고, 나는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풀내음 가득한 곳에서 쉬었다가 도심으로 출근하는 일상을 상상해 본다.